상담의 기초개념을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 상담의 의미
상담은 여러 학문의 주요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일상생활의 용어로도 사용된다. 따라서 여기서는 상담의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하여 상담의 상식적 의미와 다양한 학문적 의미, 그리고 통합적인 관점을 알아본다.
❏ 상식적 의미
1. 상담의 상식적 의미는 ‘개인적 문제’를 ‘대화’로, 즉 지시나 강요가 아니라 민주적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개인적 문제는 공개된 업무나 문제, 토론 혹은 연구가 아닌 특정한 개인의 사적인 관심의 문제를 가리킨다.
2. 실존철학자 부버(Buber)는『나와 너』에서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라고 한 주장이 널리 받
아들여지면서, 20세기 중반 이후 대화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보편화되기에 이른다.
3. 그러나 상식적 수준의 문제해결을 상담의 목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문제를 반복하게 하거나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상담의 한계와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
4. 이러한 상식적 의미로서의 상담의 한계는 상담의 과학적인 학문적 접근의 필요성을 대두시키게 하였다.
❏ 다양한 학문적 의미
- 상담에 관한 학문적 지식은 여러 분야에서 대단히 광범위하고 꾸준하게 발달되어 왔는데, 그 가운데 교육학, 심리학, 정신의학이 상담과 밀접하게 관련하여 왔으며, 이밖에도 종교학, 철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심지어 경제학도 상담과 관련하여 체계적인 연구를 해왔다.
- 따라서 여기서는 상담의 두드러진 특징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일곱가지 분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1. 치료로서의 상담:
인간문제를 질병이라는 구조속에서 파악하면 그 해결은 ‘치료’에 초점을 두게되는데, 이러한 것은 의학적 견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치료적인 개념으로서의 상담은 증상과 원인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인하여, 인간행동을 진단과 평가의 체제로 접근하고 발전시켜 그 문제유형별로 치료하고 접근하는 성취를 갖게 했지만, 인간문제를 질병적 시각으로 고착시키게 만들었다. 즉 이러한 의학적 모델은 인간의 현실적 문제를 질병으로만 다루어 상담을 사회봉사 체제로서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갖게하였으며, 다원적인 학문적 접근, 즉 심리적, 철학적, 교육적, 문화적 접근을 어렵게 하는 위험을 갖고 있다.
2. 학습으로서의 상담:
학습적 관점의 기본입장은 종종 발달적 관점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인간문제가 정서적 내용이건 가치와 사고의 내용이건 혹은 행동이건간에 관계없이 “학습”이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을 인간문제의 원인으로 본다. 따라서 학습 혹은 발달적 관점은 내담자의 부진한 발달을 스스로가 극복하고 정상적 발달을 찾아갈 수 있도록 상담자가 그를 도와주고 지원해가는 것을 상담으로 보고 있다. 즉 상담은 내담자가 잘못된 행동을 새롭고 바람직한 행동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재학습의 과정이라 하고 상담자는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재학습의 과정을 돕는 역할자이다.
이러한 심리상담이나 발달상담의 장점은 인간의 여러 문제를 발달하는 과정이나 행동의 변화현상으로 보기 때문에 방대한 심리학적 지식을 상담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관점은 상담의 초점을 학습이나 발달에만 맞추다 보면 개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고려를 제대로 못하는 과오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의식화로서의 상담 :
의식화에 초점을 둔 상담은 인간문제의 근본원인이 경제적 생산구조와 봉건적 사회구조에 있다고 보고, 인간문제를 결국 생산구조와 지배체제의 산물로 파악한다. 따라서 이 관점에서의 상담은 이러한 사회,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병리를 의식하게 하여 그것을 변화시키는 사회적 대안을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전개하도록 한다. 그리하여 이 관점의 상담은 개인적 문제를 사회구조의 변화를 통하여 해결하려는 의식화에 초점을 둔 운동지향적 상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관점에서는 동일한 사회구조 내의 다양한 개인차를 적절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4. 신앙과정으로서의 상담:
기독교에서는 상담의 초점을 구원과 성화에 맞추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구원에 이르는 길은 예수에 대한 신앙이며, 구원이 인간의 모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성화는 구원받는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고 점점 더 닮아가는 과정을 가르킨다. 따라서 이 관점에서의 상담은 인간의 삶을 다루어서 구원과 성화에 이르게 하는 것을 뜻한다. 불교에서는 그릇된 지각과 해석을 벗어나서 본질을 바르게 깨닫게 되는 것, 즉 부처의 안목으로 대응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주장하며, 상담은 곧 부처의 깨달음과 같은 이해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과정이다. 이외의 고등종교에서는 종교적 진리에 귀의으로써 개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상담의 사명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관점에서는 신앙의 전통과 체제를 우선시하여 경험적 증거와 과학적 논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신앙이나 종교로 인간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실제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5. 행동변화로서의 상담:
이 관점에서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행동의 변화”라고 본다. 또한 여기서의 행동은 인지, 정서, 행위 등 인간의 모든 움직임을 가리키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행동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상담의 관점은 한 인간이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가는 ‘사회화’의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즉 상담은 인간을 사회화된 사람으로 변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관점에서는 상담의 전체과정을 양적인 통제의 변화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행동의 측정과 평가를 수량화하고 변화의 목표를 평정가능한 수량으로 설정하며 변화를 위하여 투입하는 변인도 측정가능한 것에 국한시킨다. 이러한 접근의 전형이 바로 행동주의 학습이론에서 출발한 행동수정 또는 응용행동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관점은 지나친 행동변화에의 강조로 인하여 인간의 정신세계는 물론 인간문제의 역사적 근원과 문화적 배경 등을 소홀히 다루는 경향으로 자칫 기계론적인 인과론에 빠질 수 있다.
6. 교육으로서의 상담:
이 관점에서는 상담은 교육 그 자체로서, 교과지도와는 달리, 인간 그 자체가 존재하고 바라고 계획하고 성취하는 전체과정을 다루어 인간이 인간답게 변화하고 발달하도록 하는 교육이다. 그러나 교육으로서의 상담은 그 접근양식상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참된 대화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이 여느 교육과 크게 구별되는 점을 가지고 있다. 즉 상담에서의 가르침은 지식의 전수처럼 설명에 의존하기 보다 스스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정교하고 치밀한 미시적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관점에서의 상담은 학교에서 성취중심으로 해석하는 교과중심의 교육과는 구별되므로 교육이라는 설명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제한된 생각 등의 오류에 주의해야한다.
7. 진리의 안내로서의 상담:
인간문제 상담을 과학의 진리탐구 과정이라 본다면, 인간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곧 진리를 발견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상담은 결국 개인의 사적 문제해결에서 학문적 진리를 찾아내고 진리의 수행자로서 삶을 살아가도록 길을 안내하는 것을 가리킨다. 진리로 안내하는 상담은 카운슬러가 다른 사람, 즉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것까지 드러내 자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현실세계의 사건과 현상을 정밀하고 객관적으로 다루어 자신과 현실세계를 지배하는 그릇된 편견들을 진리로 대치해 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진리의 안내에 초점을 둔 상담은 진리라는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이거나 실제적이지 못하다는 비평과 ‘진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서 생길 수 있는 반론과 부정적 견해 등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